에피소드 2. 리버스 임팩트(reverse impact)
1장. 복수의 글로브
거대한 크기의 숲이었어요. 유독 하늘로 곧게 선 가문비나무가 눈을 사로잡았어요. 숲은 지저분한 디젤 엔진의 소음으로 가득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멈추더니, 사방이 불길한 적막으로 가득했어요. 밑동이 깊게 파인 나무에서는 톱밥이 연기처럼 흩어졌어요. 나무는 위태롭게 서 있었어요.
멀리 전기톱을 허리춤에 매단 벌목공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어요. 벌목공은 제법 덩치가 있었어요. 안전모는 덩치에 비해 작아서, 마치 머리에 얹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턱 여기저기에 잡초처럼 자라고 있었어요. 수염 군데군데 허연 톱밥이 성에처럼 덮여 있었죠. 나이는 50대쯤 되어 보였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결코 젊어 보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라요. 숲속에 기거하면서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해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입니다. 나는 벌목공의 허리춤에서 아직 식지 않은 전기톱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벌목공은 아무런 수신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거대한 가문비나무가 갑자기 움찔거렸어요.
나무 사이에 숨어있던 새들이 놀라 공중으로 흩어졌어요. 그리고 가문비나무는 이내 맥없이 쓰러지기 시작했어요. 나를 향해서요. 벌목공은 아무 표정이 없었지만, 복수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나는 그것을 복수의 열기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분명히 느꼈다니까요.
그런데 나는 그 사람과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일부러 내 쪽으로 나무를 쓰러트릴 필요는 없었어요. 그런데 왜? 나는 결정해야 했습니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어디로든 도망쳐야 했어요. 나무가 쓰러져 나를 덮칠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손을 뻗어서 나무를 멈출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러니까 쓰러져가는 나무를 막아내고, 다시 들어 올려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말도 안 되잖아요, 가속도가 붙은 몇 톤의 무게를 내가 방어 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합리적인 과학의 관점에서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내 삶의 대부분인데, 신기하게 이것만은 가능해 보였어요. 나는 잠깐 상상했어요. 그리스 신화에나 등장하는 장면처럼, 저주받아 파괴되는 신전의 기둥을 들어 올리고 생존하는 나의 모습을요. 그러니까 나무를 번쩍 들어 올리는 나의 모습을요. 멋진 그 모습을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환호하고, 핸드폰으로 찍고, 틱톡에 올리고, 여기저기 리포스팅되고, 그렇게 나는 유명해지고, 인플루언서가 되었어요. 언론사에서 나를 찾아와서 인터뷰했죠. 미스터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왔어요. 섹시한 여자들과 데이트도 하고, 가끔 유명 인사들과 어울려 다니며 흥청거렸습니다. 유명해지고, 그 일로 인해 추종자가 생긴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에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내가 모순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준다는 거예요. 물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죠. 그것은 비율의 문제에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 만약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고, 그 믿음이 절대적일 때, 모순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아요. 군중은 대부분 멍청하고, 감상적이라서, 그냥 나보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 의견에 따라가죠. 만약 나를 싫어하는 부류가 더 많더라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다 껴안고 살 수는 없잖아요.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할 필요도 없이, 유명해지면, 돈도 벌 수 있죠. 그 점이 제일 좋은 점입니다.

그런데, 아직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나는 지금 링 바닥에 엎드려 있거든요. 링 아시죠, 사각의 링. WBA와 IBF가 정해 놓은 경쟁의 정사각형 규격 말입니다. 가로세로가 6.1m고 높이는 1.2m죠. 포스트라 부르는 기둥은 1.5m인데, 이렇게 각 면의 꼭짓점에 세워진 포스트를 탄성이 있는 4줄의 로프가 서로 30센티미터의 간격을 두고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 포스트를 로프로 연결함으로써 링은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링의 바닥은 캔버스 천으로 덮여 있고, 그 아래 충격 완화를 위한 쿠션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링의 네 구석은 레드 코너, 블루 코너, 중립 코너로 나뉩니다. 잘 아시겠지만, 각각의 선수와 팀이 위치하고 있죠. 이게 링의 전부입니다. 단순하죠.
거기에 나는 누워 있어요. 정확히 중앙에서 블루 코너에 조금 가까운 쪽이요.
거기에 나는 누워 있어요. 정확히 중앙에서 블루 코너에 조금 가까운 쪽이요.

당신도 느꼈습니까? 이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합니까?
아마도 그것은 나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소리, 그러니까 좌절이 나를 흉내 내고 모욕하는 소리예요. 나는 처음부터 알았어요. 절대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요. 종이 울리고 그가 한 손을 길게 뻗어 나에게 터치 글러브를 하는 순간에 말입니다. 서로의 글로브가 닿는 순간, 나를 몰락의 터널로 끌어당기는 강한 힘을 느꼈거든요. 일종의 전기 같은 거죠. 그러니까 감전된 상태처럼 온몸이 요동치는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통제 불가한 육체의 카오스 상태 같은 거였습니다. 서로 닿았던 글로브가 떨어지면서 그 선수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그 선수가 말했죠. 눈빛으로요. 마치 텔레파시처럼, 머릿속으로 모든 단어가 정보의 손실 없이 정확하고 뚜렷하게 전달됐습니다.
‘너는 패배할 거야, 죽도록 패줄 거고, 네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 거야.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렇게 할 거야, 내가 받아왔던 모든 부당한 것들, 차별, 학대와 억압, 모욕과 괴롭힘. 내가 증오했던 모든 시간과 사건, 그걸 주도한 인간들 모두 이 글로브 속에 구겨 넣었지. 그 복수의 힘을 너에게 쏟아부을 거야, 네가 포기할 때까지. 바람 빠진 풍선 인형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두들겨버릴 거야. 그렇게 나는 복수를 할 거야,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애처럼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 엉엉 울게 만들고, 이 바닥에서 영원히 발을 못 붙이게 할 거야.
그리고 록키 4에 나오는 장면처럼, 온갖 약물과 스테로이드로 만든 소비에트 근육질 괴물을 넉다운 시키는 자유주의 체제의 복싱 영웅이 되는 거지.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말이야. 경기를 끝내는 종이 울리면,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부둥켜안고는 환호하겠지. 관중들은 승리의 주먹을 번쩍 든 내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여기저기 리그램 되겠지. 그렇게 나는 유명해지고, 스포츠계의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야. 당연히 언론사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GQ 커버도 촬영하고, 톰 포드나 나이키 모델도 하는 거지. 그러다가 내 이름을 건 향수 브랜드도 출시하고, 섹시한 여자들과 데이트도 하고, 가끔씩 유명 인사들과 어울려 다니며 흥청망청하는 거지.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건 이해해. 어차피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으니까.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이 모든 일은 지금, 너의 비참한 패배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가 이렇게 말했죠. 텔레파시 같은 걸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됐어요. 그러니까 그 자식 말대로 시작은 계획대로 됐다는 것이죠. 알다시피, 나는 바닥에 누워 있잖아요. 눈을 떠보니 그렇게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 빌어먹을 복수의 숲속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세계로 ‘짜잔’하고 돌아오게 된 것이죠. 이제 침을 튀기면서 극적인 포즈로 카운트를 세고 있는 심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기가 무슨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네요. 그런데, 그 목소리가 늘어진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아주 느리게 들립니다. 신기하죠. 바닥에 누워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하면서요. 그런데 곰곰이 되짚어보니 의외로 나한테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금 시간이 아주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고, 이건 다시 말하자면 앞으로 여유가 예상한 것보다 꽤 많이 남아 있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더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우선 상대성 이론에 대해 떠올립니다. 나는 어렸을 때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이 어째서 다를 수 있는지. 왜 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고,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은 빨리 흘러가는지를요. 이걸 선생님이 몇 번이고 설명했는데 나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지금, 나는 분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나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네요. 여기 바닥에 누워서 꼼짝 못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왜 시간이 나만 느리게 가는 것 같죠? 나는 이 답을 찾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오류를 발견했잖아요. 그러니까 아인슈타인이 세운 물리의 법칙에 미세한 균열을 포착한 것이니까요. 이것도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대단한 일인 거죠.
두 번째로, 복수에 관해서요. 그의 글러브에 구겨 넣은 분노의 에너지와 복수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에 대해서요. 그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제대로 하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죠. 앞서 말했듯이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대부분인, 그런 인간이라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뭔가에 대해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면, 맞아요, 특별한 사람이 됐겠죠. 그렇기에 나는 살아오면서 경쟁에서 앞서 본 경험이 없습니다. 물론 통계적인 측면에서 평균 이상인 경우는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남에게 위협이 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을 해본 적도 없고요.)
물론,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있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기는 하죠. 그런 건 누구나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복수의 대상이 될 수는 없죠. 상식적인 사회라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나는 그를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는 왜 나를 복수의 대상이라고 했을까요?
그때 나는 헤즈볼라를 타격하기 위해 베이루트로 출발하는 F-35 전투기, 그러니까 정확히는 록히드 마틴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자체 공대지 미사일과 유도탄의 탑재가 가능하게 개조한 F-35i를 떠올렸어요. 이 스텔스기가 사막을 가로질러서는 수장의 은신처에 약 100톤가량의 폭탄을 퍼붓는 장면을요. 고층 아파트 건물 하나가 지구상에서 지워졌어요. 그리고 곧장 군인들은 베이루트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레바논 침략 나흘 동안,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BBC 뉴스에 따르면요.
어쩌면, 진정한 복수는 무작위적으로 아무에게나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살상의 공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적대적 저항 세력을 심리적, 물리적으로 완전히 절멸시키는 것. 다시 말하자면,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목적 앞에서, 관계없는 나조차도 언제든 복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복수의 대상으로 아주 아주 유용하고 쓸모 있는 존재인 셈입니다. 그렇게 저주받은 죽음의 힘은 모든 방향으로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나도 그 자식을 그렇게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링이잖아요. 그러니까, 링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고, 결국 누군가가 끝장나는 것이 스포츠잖아요. 그러니까 그 자식은 그 자식이 할 일을 한 거고, 어쨌든 나는 그걸 알고 시합을 시작한 것이니까, 공평한 거죠. 뭐 여기에는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그가 먼저 복수의 글러브에 대해 말했죠. 살면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나를 이길 수 있잖아요. 분명 그 자식도 터치 글로브를 할 때 느꼈을 거라고요. 그리고 결국 그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됐잖아요. 나는 그놈의 지긋지긋한 복수의 글로브에 실컷 두들겨 맞고, 무장해제 된 채 누워 있다고요. 심판은 말이에요, 분수도 모르고 여전히 자기가 무슨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나를 향해 카운터를 세고 있고요. 물론 여전히 나는 상대성 이론의 시간 속에 있습니다. 아주 아주 느리게 가는 시간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세 번째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어디선가 본 어떤 에너지와 음모에 관한 것인데요. 요약하자면, 고질라 같은 괴물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고, 그 최후의 순간에 ‘카운터 에너지’를 믿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는 뭐 그런 거였네요. 네, 허접하죠. 사이비들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갑니다. 종말, 구원, 커뮤니티의 믿음. 뭐 이런 거요. 무엇보다도 그 고질라, 그게 진짜로 있는지,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질라라뇨, 너무 형편없이 빈약한 상상력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하지만, 종말은 분명히 옵니다. 언젠가 태양의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중심부는 수축하고 외곽층은 팽창해 적색 거성이 됩니다. 그리고 태양은 팽창해 지구에 도달하죠. 그로 인해 지구와 가까운 행성은 불에 타서 증발해 버립니다. 태양의 외곽층은 우주로 방출되고 그걸 통해 황홀한 성운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 이후에 태양의 중심부는 수축하여 백색 왜성이 되어 서서히 식어갑니다. 완전한 암흑의 공간이 되는 것이죠. 50억 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의 종말은 더 일찍 찾아옵니다. 태양의 상태가 변화하기도 전에,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우리를 파국으로 이끄는 뭔가가 있겠죠. 그걸 나는 아이언 리바이어던 (iron leviathan)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괴물은 온몸에 티타늄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게는 최대한 줄여 기동성을 높이면서,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양팔을 번쩍 들면 양쪽에 장착된 제트엔진으로 비행할 수 있어요. 속도는 음속 15 이상으로 한 번에 4,000km를 횡단할 수 있죠. 최대한 신속하게,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파괴할 수 있어요. 옆구리에서는요, 공대지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정확히 미사일은 아니고요, 일단 마법의 불꽃이라고 해두죠. 그러니까 마법의 불꽃은요, 방사 형태로 발사되고, 하나의 불덩이가 다시 수천 개의 작은 불꽃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갑니다. 불꽃놀이처럼요. 순간 온도가 대략 2,200도까지 올라가서 웬만한 건 다 불태우거나 녹여버립니다. 그것이 치명적인 이유는 피해의 범위가 매우 방대하면서, 동시에 예측 불가한 무작위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리전의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인 것은 시각적인 영향 때문이겠죠. 폭발적이고, 화려하며, 찬란한 빛을 유지한 채로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흩날리거든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는 것이죠. 그냥, 밤하늘의 상공에서 폭발하는 불꽃놀이를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놈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아닌데요, 인간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눈은 두 개, 코는 하나, 두 팔이 있고 이족보행을 하는 뭐 그런 거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상상해 보세요. 놈은 곱슬한 수염이 목 아래까지 덮고 있고,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와 온갖 약물로 다져진 듯한 과장된 몸매를 하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요,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로 만든 것 같은 거대한 창을 들고 있습니다. 창의 날은 작은 톱날들이 이빨처럼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톱니 같은 설계 덕에, 뭐든 절단하기 편리합니다. 놈은 웃지 않아요.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게 자의지로 세계를 파괴하는지, 애초의 본능인지, 아니면 아바타처럼 누군가 대리하는 행위인지, 그것을 지배하는 미지의 우주적 존재가 또 존재하는지, 나는 거기까지는 몰라요.
어쨌든 놈은 복수로 불타는 걸음을 내디디면서 닥치는 대로 파괴합니다. 모조리 짓밟아 버리는 거죠. 필요하면 하늘을 날기도 하고요.
그렇게 세상을 멸망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을 링 안으로 불러들여 와서 진짜 링에 관해서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근데 갑자기, 모든 소리가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어요. 빌어먹을 상대성 이론.
일단 나는 일어나기로 했어요. 약간 다리가 풀린 것 같은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아직 나는 나의 의지로 내 의식과 연결된 모든 근육을 통제할 수 있거든요.
심판이 나를 보며 경기를 계속할 거냐면서 재촉하네요. 근데 이상하죠, 이번에는 저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놈의 주먹질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쓰러지는 가문비나무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내게 달려오는 복수의 글로브를 카운터 펀치로 막아 내고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말도 안 되잖아요. 복수로 불타오르는 사이보그 같은 펀치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요. 스포츠 과학의 관점에 따라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쨌든 나는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웃기나요, 고질라처럼요, 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나도 알아요. 당신은 링 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잖아요. 그냥 마당에서 똥개처럼 고함만 지를 뿐이죠. 링 밖에서 링 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들이 뭘 알겠습니까. 어쨌든, 나는 고질라는 구리다고 생각하지만, 카운터 에너지는 믿습니다. 뭐였죠. 에너지 콩트 뭐, 그런 거였는데.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이제부터 리버스 임팩트 (reverse impact)라고 부를게요.
잊었나요? 나는 상대성 이론의 오류를 발견한 사람이라고요. 나는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존중하지만, 경험을 통해 오류를 발견했고 수정했습니다. 상대성 이론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론은 완전하지도 불멸하지도 않죠. 이론이라는 것은요, 링 밖에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처럼, 링 안에서 벌어지는 것을 온전히 담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모두 극복한 것, 이것이 바로 리버스 임팩트입니다. 에너지 콩 어쩌고 하는 건 잊어버리세요.
내가 오로지 믿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 그러니까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뿐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하면 됩니다. 경험을 의심하지 마세요.
심판이 마지막 주의를 줍니다. 주인공도 아닌 놈이 함부로 내 인생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나는 주먹을 모아 얼굴에 가져다 둡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괜찮아요. 다리가 좀 후들거리긴 하지만, 그건 링에서 아주 작은 문제,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는 수백 가지 문제 중에 마지막 끝자락 어디쯤일 것 같네요. 진짜 문제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런 하찮은 거죠.
아마도 그것은 나를 괴롭히고 조롱하는 소리, 그러니까 좌절이 나를 흉내 내고 모욕하는 소리예요. 나는 처음부터 알았어요. 절대 내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요. 종이 울리고 그가 한 손을 길게 뻗어 나에게 터치 글러브를 하는 순간에 말입니다. 서로의 글로브가 닿는 순간, 나를 몰락의 터널로 끌어당기는 강한 힘을 느꼈거든요. 일종의 전기 같은 거죠. 그러니까 감전된 상태처럼 온몸이 요동치는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통제 불가한 육체의 카오스 상태 같은 거였습니다. 서로 닿았던 글로브가 떨어지면서 그 선수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그 선수가 말했죠. 눈빛으로요. 마치 텔레파시처럼, 머릿속으로 모든 단어가 정보의 손실 없이 정확하고 뚜렷하게 전달됐습니다.
‘너는 패배할 거야, 죽도록 패줄 거고, 네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 거야.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렇게 할 거야, 내가 받아왔던 모든 부당한 것들, 차별, 학대와 억압, 모욕과 괴롭힘. 내가 증오했던 모든 시간과 사건, 그걸 주도한 인간들 모두 이 글로브 속에 구겨 넣었지. 그 복수의 힘을 너에게 쏟아부을 거야, 네가 포기할 때까지. 바람 빠진 풍선 인형처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두들겨버릴 거야. 그렇게 나는 복수를 할 거야,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애처럼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 엉엉 울게 만들고, 이 바닥에서 영원히 발을 못 붙이게 할 거야.
그리고 록키 4에 나오는 장면처럼, 온갖 약물과 스테로이드로 만든 소비에트 근육질 괴물을 넉다운 시키는 자유주의 체제의 복싱 영웅이 되는 거지.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말이야. 경기를 끝내는 종이 울리면,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부둥켜안고는 환호하겠지. 관중들은 승리의 주먹을 번쩍 든 내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여기저기 리그램 되겠지. 그렇게 나는 유명해지고, 스포츠계의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야. 당연히 언론사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GQ 커버도 촬영하고, 톰 포드나 나이키 모델도 하는 거지. 그러다가 내 이름을 건 향수 브랜드도 출시하고, 섹시한 여자들과 데이트도 하고, 가끔씩 유명 인사들과 어울려 다니며 흥청망청하는 거지.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건 이해해. 어차피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으니까.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지.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이 모든 일은 지금, 너의 비참한 패배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가 이렇게 말했죠. 텔레파시 같은 걸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됐어요. 그러니까 그 자식 말대로 시작은 계획대로 됐다는 것이죠. 알다시피, 나는 바닥에 누워 있잖아요. 눈을 떠보니 그렇게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 빌어먹을 복수의 숲속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세계로 ‘짜잔’하고 돌아오게 된 것이죠. 이제 침을 튀기면서 극적인 포즈로 카운트를 세고 있는 심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기가 무슨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네요. 그런데, 그 목소리가 늘어진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아주 느리게 들립니다. 신기하죠. 바닥에 누워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하면서요. 그런데 곰곰이 되짚어보니 의외로 나한테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금 시간이 아주 아주 천천히 흘러가고 있고, 이건 다시 말하자면 앞으로 여유가 예상한 것보다 꽤 많이 남아 있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더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우선 상대성 이론에 대해 떠올립니다. 나는 어렸을 때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이 어째서 다를 수 있는지. 왜 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고,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은 빨리 흘러가는지를요. 이걸 선생님이 몇 번이고 설명했는데 나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지금, 나는 분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나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네요. 여기 바닥에 누워서 꼼짝 못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왜 시간이 나만 느리게 가는 것 같죠? 나는 이 답을 찾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오류를 발견했잖아요. 그러니까 아인슈타인이 세운 물리의 법칙에 미세한 균열을 포착한 것이니까요. 이것도 상대성 이론만큼이나 대단한 일인 거죠.
두 번째로, 복수에 관해서요. 그의 글러브에 구겨 넣은 분노의 에너지와 복수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에 대해서요. 그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제대로 하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죠. 앞서 말했듯이 노력해도 안 되는 게 대부분인, 그런 인간이라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뭔가에 대해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면, 맞아요, 특별한 사람이 됐겠죠. 그렇기에 나는 살아오면서 경쟁에서 앞서 본 경험이 없습니다. 물론 통계적인 측면에서 평균 이상인 경우는 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남에게 위협이 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을 해본 적도 없고요.)
물론,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있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기는 하죠. 그런 건 누구나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복수의 대상이 될 수는 없죠. 상식적인 사회라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나는 그를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는 왜 나를 복수의 대상이라고 했을까요?
그때 나는 헤즈볼라를 타격하기 위해 베이루트로 출발하는 F-35 전투기, 그러니까 정확히는 록히드 마틴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자체 공대지 미사일과 유도탄의 탑재가 가능하게 개조한 F-35i를 떠올렸어요. 이 스텔스기가 사막을 가로질러서는 수장의 은신처에 약 100톤가량의 폭탄을 퍼붓는 장면을요. 고층 아파트 건물 하나가 지구상에서 지워졌어요. 그리고 곧장 군인들은 베이루트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레바논 침략 나흘 동안,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BBC 뉴스에 따르면요.
어쩌면, 진정한 복수는 무작위적으로 아무에게나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살상의 공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적대적 저항 세력을 심리적, 물리적으로 완전히 절멸시키는 것. 다시 말하자면,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목적 앞에서, 관계없는 나조차도 언제든 복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복수의 대상으로 아주 아주 유용하고 쓸모 있는 존재인 셈입니다. 그렇게 저주받은 죽음의 힘은 모든 방향으로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나도 그 자식을 그렇게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링이잖아요. 그러니까, 링 안에는 우리 둘밖에 없고, 결국 누군가가 끝장나는 것이 스포츠잖아요. 그러니까 그 자식은 그 자식이 할 일을 한 거고, 어쨌든 나는 그걸 알고 시합을 시작한 것이니까, 공평한 거죠. 뭐 여기에는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그가 먼저 복수의 글러브에 대해 말했죠. 살면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나를 이길 수 있잖아요. 분명 그 자식도 터치 글로브를 할 때 느꼈을 거라고요. 그리고 결국 그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됐잖아요. 나는 그놈의 지긋지긋한 복수의 글로브에 실컷 두들겨 맞고, 무장해제 된 채 누워 있다고요. 심판은 말이에요, 분수도 모르고 여전히 자기가 무슨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나를 향해 카운터를 세고 있고요. 물론 여전히 나는 상대성 이론의 시간 속에 있습니다. 아주 아주 느리게 가는 시간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세 번째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어디선가 본 어떤 에너지와 음모에 관한 것인데요. 요약하자면, 고질라 같은 괴물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고, 그 최후의 순간에 ‘카운터 에너지’를 믿는 자만이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는 뭐 그런 거였네요. 네, 허접하죠. 사이비들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라갑니다. 종말, 구원, 커뮤니티의 믿음. 뭐 이런 거요. 무엇보다도 그 고질라, 그게 진짜로 있는지, 아니면, 비유적인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질라라뇨, 너무 형편없이 빈약한 상상력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하지만, 종말은 분명히 옵니다. 언젠가 태양의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중심부는 수축하고 외곽층은 팽창해 적색 거성이 됩니다. 그리고 태양은 팽창해 지구에 도달하죠. 그로 인해 지구와 가까운 행성은 불에 타서 증발해 버립니다. 태양의 외곽층은 우주로 방출되고 그걸 통해 황홀한 성운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 이후에 태양의 중심부는 수축하여 백색 왜성이 되어 서서히 식어갑니다. 완전한 암흑의 공간이 되는 것이죠. 50억 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의 종말은 더 일찍 찾아옵니다. 태양의 상태가 변화하기도 전에,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우리를 파국으로 이끄는 뭔가가 있겠죠. 그걸 나는 아이언 리바이어던 (iron leviathan)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괴물은 온몸에 티타늄과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게는 최대한 줄여 기동성을 높이면서,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설계 방식이었습니다.
양팔을 번쩍 들면 양쪽에 장착된 제트엔진으로 비행할 수 있어요. 속도는 음속 15 이상으로 한 번에 4,000km를 횡단할 수 있죠. 최대한 신속하게,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파괴할 수 있어요. 옆구리에서는요, 공대지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정확히 미사일은 아니고요, 일단 마법의 불꽃이라고 해두죠. 그러니까 마법의 불꽃은요, 방사 형태로 발사되고, 하나의 불덩이가 다시 수천 개의 작은 불꽃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갑니다. 불꽃놀이처럼요. 순간 온도가 대략 2,200도까지 올라가서 웬만한 건 다 불태우거나 녹여버립니다. 그것이 치명적인 이유는 피해의 범위가 매우 방대하면서, 동시에 예측 불가한 무작위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리전의 관점에서 더욱 효과적인 것은 시각적인 영향 때문이겠죠. 폭발적이고, 화려하며, 찬란한 빛을 유지한 채로 유려한 궤적을 그리며 흩날리거든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는 것이죠. 그냥, 밤하늘의 상공에서 폭발하는 불꽃놀이를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놈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아닌데요, 인간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눈은 두 개, 코는 하나, 두 팔이 있고 이족보행을 하는 뭐 그런 거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상상해 보세요. 놈은 곱슬한 수염이 목 아래까지 덮고 있고,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와 온갖 약물로 다져진 듯한 과장된 몸매를 하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요,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로 만든 것 같은 거대한 창을 들고 있습니다. 창의 날은 작은 톱날들이 이빨처럼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톱니 같은 설계 덕에, 뭐든 절단하기 편리합니다. 놈은 웃지 않아요.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게 자의지로 세계를 파괴하는지, 애초의 본능인지, 아니면 아바타처럼 누군가 대리하는 행위인지, 그것을 지배하는 미지의 우주적 존재가 또 존재하는지, 나는 거기까지는 몰라요.
어쨌든 놈은 복수로 불타는 걸음을 내디디면서 닥치는 대로 파괴합니다. 모조리 짓밟아 버리는 거죠. 필요하면 하늘을 날기도 하고요.
그렇게 세상을 멸망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을 링 안으로 불러들여 와서 진짜 링에 관해서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근데 갑자기, 모든 소리가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어요. 빌어먹을 상대성 이론.
일단 나는 일어나기로 했어요. 약간 다리가 풀린 것 같은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아직 나는 나의 의지로 내 의식과 연결된 모든 근육을 통제할 수 있거든요.
심판이 나를 보며 경기를 계속할 거냐면서 재촉하네요. 근데 이상하죠, 이번에는 저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놈의 주먹질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쓰러지는 가문비나무는 막아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내게 달려오는 복수의 글로브를 카운터 펀치로 막아 내고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말도 안 되잖아요. 복수로 불타오르는 사이보그 같은 펀치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요. 스포츠 과학의 관점에 따라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쨌든 나는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웃기나요, 고질라처럼요, 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나도 알아요. 당신은 링 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잖아요. 그냥 마당에서 똥개처럼 고함만 지를 뿐이죠. 링 밖에서 링 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들이 뭘 알겠습니까. 어쨌든, 나는 고질라는 구리다고 생각하지만, 카운터 에너지는 믿습니다. 뭐였죠. 에너지 콩트 뭐, 그런 거였는데.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이제부터 리버스 임팩트 (reverse impact)라고 부를게요.
잊었나요? 나는 상대성 이론의 오류를 발견한 사람이라고요. 나는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존중하지만, 경험을 통해 오류를 발견했고 수정했습니다. 상대성 이론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론은 완전하지도 불멸하지도 않죠. 이론이라는 것은요, 링 밖에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처럼, 링 안에서 벌어지는 것을 온전히 담지는 못합니다. 그것을 모두 극복한 것, 이것이 바로 리버스 임팩트입니다. 에너지 콩 어쩌고 하는 건 잊어버리세요.
내가 오로지 믿는 것은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 그러니까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뿐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하면 됩니다. 경험을 의심하지 마세요.
심판이 마지막 주의를 줍니다. 주인공도 아닌 놈이 함부로 내 인생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나는 주먹을 모아 얼굴에 가져다 둡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는 괜찮아요. 다리가 좀 후들거리긴 하지만, 그건 링에서 아주 작은 문제, 그러니까 내가 지금 겪는 수백 가지 문제 중에 마지막 끝자락 어디쯤일 것 같네요. 진짜 문제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런 하찮은 거죠.

2장. 눈을 감고
<공통> 그리고 나는, 잠시,
<개별> 라운드가 다시 시작할 때까지
<공통> 눈을 감고, 생각했어요.
<개별> 가로세로 6.1미터 높이 1.2미터 규격의 정사각형에서요. WBA와 IBF가 정해 놓은 복수의 정사각형 말입니다. 꼭짓점마다 1.5미터의 포스트가 세워져 있고, 4줄의 로프가 30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각 포스트에 연결되어 있죠. 구석에는 레드 코너와 블루 코너가 있습니다. 이걸 링이라고 합니다. 저는 거기에 있어요. 정확히는 중앙에서 블루 코너에 조금 가까운 쪽이에요.
그리고, 지금 나를 향해 덮쳐오는 거대한 가문비나무를 쓰러트린 자들.
<공통> 과학자, 연구가, 행정가, 군인, 정부와 협력하는 어용 지식인. 그리고 예술가.
절대로, 분명히, 결코, 그들을, 그자들을, 사이비들, 그 기회주의자들을, 빼고는 단 한마디도, 그것이 뭐든 간에, 이야기할 수가, 결단코, 없습니다.
<개별> 그러니까 복수에 미친 환경 파괴자이자 사이코패스 개발주의자 벌목공의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알려준 중요한 교훈, 진정한 복수는 아무에게나 하는 것, 종말의 힘은 어디로든 향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항 세력의 의지를 분쇄하고, 공포에 바짝 엎드리게 하고 종국에 완전히 멸종시키는 수법 말입니다.
복수의 아무 대상으로서
그렇게 무기력하게 투항하는 자들,
특별함이 없는 것들,
그러니까 당장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는 것들.
<공통> 그런 걸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개별> 낙오자. 그리고 나는 내가 인식하는 것, 당신이 완전히 알 수 없는 링 안에서 ‘리버스 임팩트’를 발견했습니다. 동시에, 다시 목격합니다. 내 앞으로 쓰러지는 거대한 가문비나무를요. 그걸 통해 ‘리버스 임팩트’를 증명할 겁니다. 자, 보세요. 낙오자가 찾아낸 것을요.

<공통> 그리고 이 웅장하고 거대한 소리에 눈을 뜨자,
<개별> 드디어 링 플로어를 뚫고 올라오는 아이언 리바이어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온몸에는 마치 크롬 도금을 한 것 같은 갑옷이 번득거렸어요. 링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사각의 링 말입니다. 두 번이나 설명했으니까 어떤 건지 잘 알잖아요. 로프와 포스트는 떨어져 나가 바닥에 뒹굴었죠. 난 알 수 있었습니다. 링의 규격이 바뀌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걸어서 나갈 수 없는 모든 곳이 링입니다. 저놈이 서 있는 곳이 레드 포스트고, 그리고 지구의 중력이 붙잡고 있는 모든 것이 블루 포스트 쪽입니다. 경기는 거대한 크립토나이트 창이 록키 발보아를 반토막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분노의 글로브는 잘려 나간 채 바닥을 뒹굴었어요. 복수는 아무에게나 한다면서요? 그의 말이 맞았네요. 심판은 이제 주인공 되었습니다. 다음 차례였거든요. 놈의 입에서 불기둥이 솟구쳤죠. 사람들이 괴성을 지릅니다. 이제 모든 게 링이잖아요. 준비가 되었든 안되었든, 원하든 아니든, 우리는 무작위성의 일부이고, 아무나이며,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죠. 그냥 복수의 대상입니다.
놈이 팔을 펼칩니다. 그러자, 옆구리와 겨드랑이 사이에서 마법의 불꽃이 발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밤하늘에 불꽃이 수를 놓듯 찬란하게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그렇게 복수의 힘은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갑니다. 불꽃은 다시 수천 개로 포개져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2,200도의 열기가 닿는 곳은 모두 녹아버리기 시작했죠. 그게 뭐든, 알게 뭡니까. 2,200도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요.
그래요, 복수는 적을 향한 것이 아니에요. 복수는 바로 여기, 우리 눈앞에, 매일, 다른 모습으로, 아무에게나 펼쳐지는 사건입니다. 저기를 보세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다.
<개별> 드디어 링 플로어를 뚫고 올라오는 아이언 리바이어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온몸에는 마치 크롬 도금을 한 것 같은 갑옷이 번득거렸어요. 링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사각의 링 말입니다. 두 번이나 설명했으니까 어떤 건지 잘 알잖아요. 로프와 포스트는 떨어져 나가 바닥에 뒹굴었죠. 난 알 수 있었습니다. 링의 규격이 바뀌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걸어서 나갈 수 없는 모든 곳이 링입니다. 저놈이 서 있는 곳이 레드 포스트고, 그리고 지구의 중력이 붙잡고 있는 모든 것이 블루 포스트 쪽입니다. 경기는 거대한 크립토나이트 창이 록키 발보아를 반토막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분노의 글로브는 잘려 나간 채 바닥을 뒹굴었어요. 복수는 아무에게나 한다면서요? 그의 말이 맞았네요. 심판은 이제 주인공 되었습니다. 다음 차례였거든요. 놈의 입에서 불기둥이 솟구쳤죠. 사람들이 괴성을 지릅니다. 이제 모든 게 링이잖아요. 준비가 되었든 안되었든, 원하든 아니든, 우리는 무작위성의 일부이고, 아무나이며,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죠. 그냥 복수의 대상입니다.
놈이 팔을 펼칩니다. 그러자, 옆구리와 겨드랑이 사이에서 마법의 불꽃이 발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밤하늘에 불꽃이 수를 놓듯 찬란하게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그렇게 복수의 힘은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갑니다. 불꽃은 다시 수천 개로 포개져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2,200도의 열기가 닿는 곳은 모두 녹아버리기 시작했죠. 그게 뭐든, 알게 뭡니까. 2,200도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요.
그래요, 복수는 적을 향한 것이 아니에요. 복수는 바로 여기, 우리 눈앞에, 매일, 다른 모습으로, 아무에게나 펼쳐지는 사건입니다. 저기를 보세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겁니다.

결국 내 차례가 왔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통제하면서 그놈을 똑똑히 쳐다보았어요. 나는 손을 번쩍 들고는 나의 믿음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쓰러져가는 가문비나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내가 경험한 세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통해 모든 공격을 피하고, 약점을 찾아내 일격을 가할 것입니다. 물리학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상대성 이론 같은 거라 해두죠, 이해하기 편하게.
파멸의 순간에도 내가 흔들림 없는 것은 바로 리버스 임팩트.
내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듯이,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약간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좀 없지만, 그런 건 아주 작은 문제죠.
리버스 임팩트, 그러니까 오로지 당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만 믿으세요, 그게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그러면 복수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쓰러져가는 가문비나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내가 경험한 세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통해 모든 공격을 피하고, 약점을 찾아내 일격을 가할 것입니다. 물리학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상대성 이론 같은 거라 해두죠, 이해하기 편하게.
파멸의 순간에도 내가 흔들림 없는 것은 바로 리버스 임팩트.
내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듯이,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약간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좀 없지만, 그런 건 아주 작은 문제죠.
리버스 임팩트, 그러니까 오로지 당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만 믿으세요, 그게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그러면 복수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